보랏빛 소가 되고자 했던 아이리버에 찬물을 끼얹은 아이팟
삼성과 애플의 레인콤 죽이기

  MP3 플레이어 시장이 오랜만에 술렁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애플의 하드디스크형 MP3P인 아이팟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레인콤, 거원, 엠피오 등의 플래시형 제품들이 뛰어난 기능으로 수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끊임없이 제품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중소 MP3 플레이어 업체들을 위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저가형 MP3P인 아이팟 셔플이다.
  아이팟 셔플은 애플답지 않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노크했으며 이는 주효했다. 2005년 1월에 출시된 아이팟 셔플은 흔하디 흔한 액정도 없을 뿐 아니라 음성녹음이나 라디오 청취 기능도 제공되지 않는다. 기능이라고 해봐야 음악 선곡과 일시정지 기능 외에는 없는 이렇게 초라한 아이팟 셔플은 출시 이후 수백만대가 팔리면서 애플이 세계 MP3P 시장을 50% 이상 점유하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실제 애플은 하드디스크형, 플래시 메모리형을 합해 세계 MP3P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하드디스크와 플래시의 비중이 약 75 : 25 정도이다.
  사실 2000년대부터 국내의 MP3P 제조업체들은 플래시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듯했다. 하지만 애플이 하드디스크형 MP3P를 출시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애플은 MP3P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은 2005년초부터 플래시 메모리형 MP3P를 출시하면서 플래시형 MP3P와의 한판 승부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애플의 플래시 메모리 진출과 함께 특히 아시아권의 MP3P 제조업체들은 가격 압박과 함께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중국의 경우 작년 500개 가량이었던 MP3P 업체가 올해 300개 가량으로 줄었으며 국내의 MP3P 업체들도 애플의 아이팟 셔플로 인하여 가격 인하가 이어져왔다. 이에 대한 MP3P의 종주국인 국내 업체들은 보다 뛰어난 기능으로 승부했다. 특히 2005년 상반기부터 국내 MP3P의 상당수는 더 넓어진 액정에 동영상 재생 기능을 포함시키며 애플의 추격을 따돌렸다. 그리고 국내 M3P 시장의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레인콤은 9월초에 혁신적인 디자인의 U10을 출시하면서 애플에 강타를 날리는 듯 했다.
  확실히 레인콤의 아이리버 U10은 세스 고딘이 말하는 보랏빛 소와 같은 존재였다. 기존의 MP3P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MP3P였다. 마치 TV를 줄여놓은 것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U10은 MP3 재생과 동영상 재생 그리고 플래시 파일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면서 색다른 그 무엇을 제공했다. 그런데 이어서 애플이 발표한 아이팟 나노는 레인콤에 U10의 출시로 흐믓한 미소를 지을 여유를 주지 않았다. 아이팟 나노는 기존의 플래시 메모리형 MP3P인 아이팟 셔플의 최대 단점이었던 액정을 부활시키고 이미지 뷰어 기능을 탑재하면서 기존의 하드디스크형 MP3P인 아이팟 미니를 대처했다.
  아이팟 나노는 무게 42g에 0.69cm에 불과한 얇은 슬림형 디자인으로 기존 하드디스크형 MP3P의 최대 단점인 커다란 크기를 최소화하였다. 게다가 이 제품은 플래시 메모리로는 보기 드문 2GB의 대용량의 저장공간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동급의 제품과 비교해 40%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팟 나노의 가격을 보면 2GB 제품이 23만원, 4GB 제품이 29만원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다른 2GB의 MP3P들이 30만원 후반대인 것과 비교하면 브랜드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명성있는 MP3P가 23만원이라는 점은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누런 소들 사이에서 보라색의 소로 나타난 U10에 혼이 빠져 주머니를 열려던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팟 나노의 가격과 디자인에 정신을 차리는 꼴이다.
  아이팟 나노가 이렇게 놀랄만한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의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삼성에서는 극구 부인하지만 삼성이 다른 MP3P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애플에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단한 가격이 설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이러한 계약으로 인하여 삼성이 하반기에 생산할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의 40%가 애플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MP3P 시장도 하드디스크형에서 플래시 메모리형으로 급격히 이동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이들 거대기업의 합작으로 인하여 저렴한 가격의 MP3P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아이팟 나노의 2GB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MP3P의 등장과 함께 GB급 MP3P의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두기업의 짜고치는 고스톱은 중소기업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이 애플의 아이팟에 저렴하게 메모리를 공급하는 것은 중소 MP3P 제조업체들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삼성도 오래전부터 MP3P를 생산하고 있기에 어찌보면 애플의 아이팟과는 경쟁 구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애플에 저렴하게 메모리를 공급하는 것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 MP3P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삼성 MP3P는 국내에서조차 중소업체들은 레인콤이나 거원 등에 비해 밀리고 있다. 그런만큼 애플의 힘을 빌려 이들 기업을 압박해서 물리친 이후에 애플에 이어 2위의 MP3P 제조업체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술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애플의 제품은 뛰어난 사용자 편의성을 보여주는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까지 등에 엎었다. 이에 대해 한국의 1위 MP3P 업체인 레인콤은 막강한 기능을 무기로 아이팟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가격마저도 뛰어넘을만큼 레인콤의 제품이 혁신적이고 소비자에게 명확한 그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어쨌든 야심찬 레인콤의 U10은 아이팟 나노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었고 U10의 판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팟 나노가 과연 U10의 인기몰이에 얼마나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는 10월 정도면 알게 될 것이다.


2005년 9월 29일
[컴퓨터정보사이트 베타뉴스 www.betanews.net]
김지현 oojoo@ooj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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