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봉선사의 말사인 내원암에 “조상땅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던 친일파 이해창 후손들이 9월27일 봉선사를 찾아 “절을 상대로 재산권 소송을 낸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봉선사는 이들의 사과와 소송 철회의사에도 불구하고 소유권 확인소송과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찾기가 위헌이라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봉선사 총무과장인 혜문스님은 27일 저녁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말 내원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이해창의 후손 가운데 대표 소송인인 이아무개씨 부부가 찾아와 봉선사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대표 소송인 부부 봉선사 찾아 사과의 합장

  이씨 부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봉선사 교종 판사관(주지실)을 찾아 1시간 정도 머물렀으며, 스님들에 사과한 뒤 참회의 뜻으로 봉선사 법당에서 예불을 올렸다. 이씨는 선조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의 후손이라고 자신들을 밝혔다. 봉선사 쪽에서는 주지스님인 철안 스님과 연수원장 수월 스님, 재무국장 혜만 스님, 총무과장 혜문 스님 등이 이씨 부부를 맞았다.

이해창 후손들 내원암에 소유권 확인소송 철회

  이에 앞서 이씨 부부 등 이해창의 후손 21명은 지난해 12월 내원암을 상대로 “조상 땅을 돌려달라”며 ‘소유권 확인소송’을 냈다. 이씨 등은 소장에서 “선조(이해창)가 일정 때인 1917년 10월1일 (내원암 일대의 땅을) 사정(하사)받아 소유했다”며 “6·25 전쟁으로 등기부 원부가 불에 타버려 등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국가가 소유했으나 관련 증거를 확인했으니 원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 등은 봉선사와 불교계의 조직적 반발과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찾기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 8월 갑자기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내원암 쪽이 “친일파 후손과 타협하지 않겠다”며, ‘소취하 동의서’를 거부해 현재 재판은 10월께 선고를 앞두고 있다.

후손들 “절 상대로 소송 내 죄송, 이겨도 돌려주겠다”

  이씨 부부는 스님들에게 “절을 상대로 이런 소송을 내 물의를 일으킨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자신들은 소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아 절과 소송을 벌인 것을 뒤늦게 알고 뉘우치게 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부부는 소송을 취하한 배경을 거듭 밝히며, “재판이 진행돼 언론에 자신들이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을 더이상 원치 않으니 절에서도 소 취하에 동의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문 스님은 “이씨 부부가 ‘자신들의 욕심에 대해 참회하겠다’며 ‘소송에 이기더라도 땅을 절에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선조인 이해창의 친일과 관련해 이씨 부부는 “송병준, 이완용과 같은 악질적, 적극적 친일파가 아니고, 왕실 종친이라는 대표성 때문에 작위를 받은 것일 뿐”이라며 “후손들이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고 혜문스님은 전했다.
  <한겨레>은 이씨 부부와 27일 밤부터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아 이들의 입장을 직접 인용하지 못했다.
  봉선사 주지인 철안 스님은 “후손들이 절에 찾아와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의 친일에 대해 민족 앞에 사죄하면 모두가 그들을 용서할 것이고, 그것이 진정으로 민족과 화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스님들 “참회는 환영, 소송은 끝까지”

10월6일 조계사에서 촛불집회 열기로

  그러나, 봉선사는 후손들이 낸 ‘소취하 동의서’에 응하지 않을 것과 친일파 후손 재산찾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혜문 스님은 “절이 후손들과 화해하는 것과 친일 청산은 다른 문제”라며 “우리 사회의 헌법정신과 민족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소유권 확인소송에서 피고의 자격을 계속 유지하면서 위헌법률 심판의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혜문 스님은 “친일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은 독립운동을 했던 운허스님 등 선인들의 유지”라며 “우리 사회의 친일 청산을 위해 사법부는 즉각 친일후손 재산찾기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신청을 받아들이고, 국회의원들은 계류중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발의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봉선사·내원암 스님들과 조계종 중앙신도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다음달 6일 서울 종로 조계사 앞마당에서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확립을 위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 촛불집회는 애초 지난 13일 열기로 했으나 법장 총무원장의 입적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한겨레 2005-09-28 11:27]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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