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위자 가족이 크로포드 도로변에서 '신디, 우리를 위해서 목소를 높여 달라' '당장 철군하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05 MeetwithCindy.org

"부시의 거짓말로 수천 명이 숨졌다."

  9월 24일 미국 백악관 앞 광장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다. 30만 명이 모였다. 같은 날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합류한 사실도 상징적이다. 기실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침략정책은 '미국'이라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상상해보라. 대통령 집무실 앞에 30만 명이 모여 탄핵을 부르대는 시위를. 부시가 거짓말쟁이란 말도 참이고, 거짓말로 수천 명이 숨진 참사도 진실인 까닭이다.
  조지 부시. 그는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나 '9.11테러'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거짓말로 여론을 조작했다. 결과는 참혹하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라크인들이 죽었다. 미군 사망자도 1900명을 넘어섰다. 부시가 휴가를 즐긴 텍사스 목장 앞에서 26일 동안 농성을 벌인 전몰병사의 어머니 신디 시핸은 절규하듯 물었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파병 1·2위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전-반정부 시위

  이날 반전시위는 워싱턴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파병국인 영국 런던에서도 10만이 모였다.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집회와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블레어를 "사기꾼"으로 규정했다. 사임을 촉구했다.
  언제나 진실은 거짓을 이기게 마련일까. 미국과 영국 안에서 철군 여론은 무장 커져가고 있다. 부시와 블레어 정권 두루 철군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파병 3위국 한국은 어떠한가. 노무현 정권은 파병을 또 연장하겠다고 나섰다. 국방부는 12월에 파병할 부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도 주둔비용을 포함했다.
  그럼에도 보라. 파병반대 국민행동이 주최한 서울역광장 집회에는 600여명만 모였을 뿐이다. 파병 연장이 의제가 되지 않아서다. 노 대통령이 "임기단축"을 거론하며 '연정론'을 제기하면서 거의 모든 사회적 쟁점이 가려졌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도 파병연장을 의제화하지 않는다. 인터넷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침략전쟁에 파병을 결정하고 주둔을 연장한 뒤 다시 연장하려는 노 정권을 비판할라치면, 맹목적 지지자들의 모욕을 하릴없이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찬찬히 톺아보자. 한반도는 6자회담의 타결로 전쟁위기를 해소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지난 60년간 이 땅의 알파와 오메가로 여겨졌던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발을 빼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26일자 칼럼 '북한은 몰려오고 미국은 비켜서고')고 언구럭부리지만, 6자회담 타결로 전쟁의 먹구름을 가까스로 벗어나는 단초를 마련했다.
  여기서 자연스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왜 '대화'에 나섰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 이유는 이라크 침략 때 전혀 예견 못한 민중저항에 있다.

6자회담의 타결 뒤에는 이라크 민중이 있다

  그렇다. 이라크에서 조국해방을 위해 몸 던져 싸우는 민중, 바로 그들이 이 땅의 평화를 지켜준 셈이다.
  정작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국의 침략전쟁을 돕고 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눈 홉뜰 일이 아니다. 바로 그만큼 미군 전투력을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냉철히 자문해보자. 한국군 파병, 그것은 이라크 민중에게 무엇일까. 자명하지 않을까. 배신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 하지만, '개전의 정'을 보일 기회는 있다. 기회는 기다려서 오지 않는다. 철군의 결단을 내려야 옳다. 청와대와 국회가 거부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미국 국민이 거리로 나서듯, 영국 국민이 시위에 나서듯.  


2005-09-26 11:21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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