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13일 장외투쟁에 나서 서울 명동등지에서 집회를 가졌다. 장외투쟁에 나선 박근혜 대표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잘못 알고 있는 국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12월 1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는 거침없이 말했다. "국민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잘못 알고 있는 국민도 있다."

  '신념'도 확고했다. 여론을 신경쓸 때가 아니란다. 사뭇 비장감마저 감돈다. "국민들에게 나라가 어떻게 잘못되고 있고 이것이 방치될 때 미래가 얼마나 두려운 결과가 나올지 알리고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동토의 땅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무엇일까. 제1야당의 대표가 '동토의 땅'을 우려할 만큼 대한민국이 위기인 까닭은. 생게망게하게도 사학법이다. 사립학교 이사제도에 개방형이사제도를 도입한 게 그렇단다. 그 법으로 이 나라가 흔들린다는 게 박 대표의 '깊은 식견'이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이 호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잘못 알고 있어서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혹시 언론과 일부 국민의 반응이 어떻다는 것을 신경쓰면 안된다."

  박근혜 대표의 강공 뒤에 자리한 '종교지도자'들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강공'으로 나선 배경에는 종교지도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나라다. 목적이 학교비리 척결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추기경은 이어 "군종 신부들 얘기로는 '새로 군에 간 젊은이들에게 주적이 어디냐'고 물으면 '미국'이라 한다더라"고 말했다. '색깔 공세'가 묻어나는 추기경의 발언을 부자신문들이 대문짝 만하게 보도한 것은 물론이다.

  솔직히 궁금하다. 추기경마저 사학법 개정의 '목적'이 불순한 데 있다고 참으로 생각하는 걸까. 기사를 보면 의문은 곧 쉽게 풀린다. 추기경은 박 대표에게 말했다. "신문을 보니 단단히 결심하신 것 같다." 어떤 신문일까. 추기경이 본 신문은. 추기경의 다음 발언은 그 신문이 어떤 신문일지 충분히 짐작케 한다.

  "(사학법 개정안이) 긴급하고 화급한 법도 아니고, 식견 있는 많은 사람이 100% 반대하는 데도 밀어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딴은 '신문 사주'가 사학재단 당사자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만 읽으면 "식견 있는 많은 사람이 100% 반대"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학법은 '빨갱이 법'일 수밖에 없다.

  '사주'가 사학재단 당사자인 부자신문들의 여론몰이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는 진단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최성규 목사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사학법이 개정되면 안 좋다는 것을 국민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사학재단이 개방형이사(개정 과정에서 전체이사의 겨우 25%로 줄었다) 제도를 도입하는 게 사학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을. 보라. 초헌법 기업인 삼성그룹조차 사외이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개정된 사학법은 전두환 정권의 입법보다 수준이 낮다. 전 정권은 학사운영과 교원임명권을 모두 교장에게 주고, 이사장 직계 존비속이 겸임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했다. 그 법이 개악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6월 대항쟁 뒤였다. 3당 통합으로 국회를 좌지우지한 민자당이 그 주역이었다.

  그렇다. 상식에 어긋나는 '색깔공세'는 이제 그만 접기 바란다. 부자신문들의 비이성적 여론몰이가 횡행하고 있어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결코 박근혜 대표의 진실을 잘못 알고 있지 않다. 다만 박 대표의 잘못을 알고 있을 뿐이다.  
  

2005-12-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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