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소득세 세목별 세입예산에서 갑근세의 세수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나타난 것을 놓고 세금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일부 언론은 ‘세금폭탄’이란 표현을 썼고, `봉급생활자는 봉이냐'는 질문이 다시 나왔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1) 내년 갑근세는 26% ‘인상’되는가? =아니다. 갑근세는 ‘인상’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소득세법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다만, 세수가 늘 것이라고 정부가 `전망'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어떻게 세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조세제도 변경은 국회의 몫이다. 26%라는 수치도 사실과 다르다. 올해 세수(10조7029억원)에 견줘 내년(12조321억원)에 12.4% 늘어날 것이라고 정부는 추산했다.

  2) 갑근세 세수는 왜 느는가?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갑종근로소득을 버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면 세금이 는다. 임금이 올라도 세금이 는다. 한국은행 통계로 보면, 노동자 임금총액(피용자보수 기준)은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연평균 8.3%씩 늘었다. 그럼 갑근세는?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연평균 8.9%씩 늘었다. 임금(개별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가 받는 임금총액)이 늘어나는 만큼 갑근세가 늘고 있다.

  3) 논란의 소지는 분명 있다 =최근 들어 피용자보수 증가율보다 갑근세 증가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2004년 노동자 임금총액(피용자보수)은 전년대비 7% 늘었으나, 갑근세는 17.4%나 늘었다. 올해 갑근세 세수는 지난해보다 12.1%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임금총액이 그만큼 늘었을 것 같지는 않다. 내년에는 임금이 7.2% 늘 것으로 재경부는 보고 있으나, 갑근세 세수는 올해보다 1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4) 원인은? =근로자 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대체로 명목임금은 해마다 오른다. 그런데 세제는 그대로 두면 전체 세수가 소득증가율보다 높게 늘어난다.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소득증가분에 대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렇다. 연봉제의 확산, 업무추진비(판공비)의 급여화 등으로 고소득 연봉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갑근세 세수 증가율이 높은 핵심 원인이다. 갑근세에 대한 불만을 갖는 이들이 바로 이들 고소득 계층이다.

  5) 당신도 ‘봉’인가? =갑근세 문제가 거론되면 봉급쟁이들은 너도 나도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꼭 그럴 일이 아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갑근세를 한푼이라도 내는 근로자는 절반이 안된다. 4인 가족 기준 연 소득이 1600만원이면 세금이 없다. 갑근세를 내는 근로자(2004년 625만명) 가운데 상위 20%가 전체 갑근세의 75%를 낸다. 다시 말해 전체 근로자의 10%가 갑근세의 75%를 낸다는 얘기다. 그 10% 속하지 않는 사람은 ‘봉’이 되고 싶어도 되기 어렵다.

  6) 고소득 근로자 갑근세 깎아줘야 하나? =모든 세금이 같은 비율로 늘어날 수는 없다. 경제상황에 따라 어떤 세목은 많이 걷히고, 어떤 세목은 적게 걷힌다. 조세 정책적 측면으로 보면, 좋은 세금의 비율을 높이고, 나쁜 세금의 비율을 낮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세와 재산세(특히 부동산 보유과세)는 좋은 세금이다. 과세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적고, 소득 재분배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세금의 비율이 낮은데다, 누진율도 매우 낮다. 그러므로 갑근세 세수 증가율이 높다고 해서, 그것을 의도적으로 낮춰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지난해 국회는 소득세율을 1%포인트씩 낮춰 고소득계층의 소득세 부담을 줄였다. 낡은 과표 구간 조정은 적극 검토해야겠지만, 세금을 전반적으로 깎아주는 게 옳은지는 좀 더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뱀발 1 ; 근로소득세를 내는 소득상위 2.9%(전체 근로자 기준 1.5%) 18만명이 2004년에 낸 근로소득세는 전체 세수의 34.3%를 차지한다.

  #뱀발 2 ; 정부가 해마다 갑근세 세수 추계를 매우 보수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 걷힌 세금은 정부의 세입예산보다 늘 많았다. 세수가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계를 하면, 비판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솔직해야 한다.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추계를 해놓고, 실제 세수는 많으니 정부에 대한 신뢰만 떨어진다.


jeje
정남구의 경제브리핑
http://wnetwork.hani.co.kr/jeje/
인터넷한겨레,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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