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 앞바다에 건설중인 인공섬들. 야자수 모양을 본딴 '팜 아일랜드'(위)와 세계지도 모양의 '월드'.
▲ 삼성건설이 2008년 완공을 목표로 두바이에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건물 '두바이 타워' 조감도. 160층에 높이가 700m를 넘는다.

한국이 4·19와 5·16을 거치며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60년대까지만 해도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를 하거나 진주 조개를 잡아 인도인 무역상에 갖다 바치는 것이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나 두바이 사람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다.
펑펑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석유의 힘으로 현재의 연방 독립국가를 형성한 지난 1971년 이전까지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모여살며 영국의 보호를 받던 떠돌이 부족 신세였다.
그러나 당시 낙타길로 일주일 걸렸던 아부다비-알 아인간 거리는 이제 채 두 시간도 안 되는 자동차 길로 변모하였고(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람보르기니나 롤스로이즈 같은 고급차량도 쉽게 눈에 띄인다), 인구 4000명의 조그만 섬마을 아부다비는 1일 생산량 27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 대국의 수도로 발돋움하였다.
특정 지역의 바위산을 제외하고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이곳 UAE는 요즘 상가를 짓고 아파트를 건축하기에 유례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온갖 형태의 신구, 동서양의 건축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하늘을 찌를듯이 올라가고 있다.

떠돌이 부족국가가 아랍의 석유 대국으로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야자수 모양 인공섬 '팜아일랜드' 세 개와 세계 지도를 300여개의 섬으로 표현한 또 하나의 인공섬 '월드' 프로젝트이다. 세 개의 인공섬 '팜아일랜드'에는 각각 호텔 120개, 빌라 10000채, 아파트 5000채가 건축될 예정이다.
인구 400여만에 8만3천여㎦의 사막 면적이면, 인구 5천만명 남짓에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둘러싸인 남한 면적과 비교해보더라도 주택과 상업지역을 개발하는데 부족함이 없을텐데 왜 인공 섬까지 개발하는 것일까.
바다를 모래로 메우고 그 위에 호텔이나 아파트, 빌라를 지으려면 육지에 건설하는 것과는 비용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건축 단가가 올라갈 것이고 그 상승분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말이다.
두바이 내륙 소재 '인터내셔널 시티'와 바다 한복판에 인공으로 개발 중인 '팜 아일랜드'의 방 1개 짜리 아파트 가격을 단순 비교해 보면 육지가 평당 138만원인데 비해 바다는 평당 360만원이나 되니 실제 거의 3배나 비싸다.
아랍 에미레이트는 아부다비, 두바이, 샤자, 아주만, 움 알 쿠웨인, 라스 알 카이마, 후제이라 등 7개의 에미레이트(토후국)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에미레이트는 부족을 대표하는 세습 세이크가 있어 제정일치 지도자로 통치하고 있다.
아부다비가 원유로 200년 남짓 살아갈 살림살이를 이미 확보해 두었다면 두바이는 중동 전체는 물론 북부 아프리카, 서남 아시아, 중앙 아시아, 러시아와 유럽까지 아우르는 거대 시장의 '관문'을 목표로 삼아 일찌감치 무역에 눈을 돌렸다.

영토가 좁으니 하늘-바다를 개발하자

넓이와 길이가 각각 60㎞ 남짓한 사방 3900㎦의 좁은 면적에 석유 한 방울 기대할 수 없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두바이로서는 하늘과 바다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개발에 눈을 돌린 것이다.
7개 에미레이트의 경계는 실제 서로 다른 국가와 국가의 경계 만큼이나 경제적 배타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 국토의 86.7%를 차지하고 있는 아부다비는 모든 면에서 느긋하나 나머지 다섯 에미레이트의 사정은 두바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현재 광풍처럼 불고있는 부동산 붐은 사실 그 역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석유 자원 개발 열기로 미·영을 비롯한 세계 에너지 메이저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된 60년대 초반 이후 아부다비로의 유입 인구 증가는 오늘날까지 이 지역 전체에 심각한 주택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 상승이 주도적으로 영향을 끼쳐 지난해에는 UAE 명목소득 상승율이 10.3%인데 불구하고 8.5%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였고 금년에는 두 자리 수가 예상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세금, 사업 천국 두바이!"의 슬로건과는 달리 두바이에서 샤자 에미레이트로, 샤자에서 아주만 에미레이트로 보다 낮은 주거비와 저렴한 공단을 찾는 현상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보다 못한 두바이 정부에서 임대료 상한선을 연간 15%로 제한, 고시하였으나 마땅한 제제 수단이 없다. 또한 임대 물량 절대부족으로 이래 저래 세입자들의 불만만 가중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이 인플레의 주범이라면 발등의 불은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될 것이다.

"주택 구입하면 거주비자 내주겠다"

택지를 늘리고 건축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줄을 잇고 소비자 금융을 위해 금융권에 대한 제도적 수혜를 정부가 약속하는 등의 일련의 움직임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프리홀드(Freehold)' 제도이다.
이 제도는 '리스홀드(Leasehold)'의 대치 개념으로 리스 홀드가 일정 기간 동안 부동산의 소유가 한시적으로 가능한 반면 프리 홀드는 그 소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장해 준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들도 주택을 살 수 있도록 그 소유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인구 규모는 1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었고 앞으로도 그 곱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UAE 정부가 택지는 기왕에 가지고 있던 땅이나 바다를 메우는 등으로 해서 해결하겠으나, 국가의 재정에서 부담할 금융의 한계에 도달, 외국인들로부터 직접 투자가 유치되지 않는 한 주택 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심각한 불균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심각성을 인식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자국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거주비자이다. 거주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UAE 순수 자국민으로부터 스폰서십을 받든가 아니면 특정 지역에 한정된 자유무역지대내 사무실 등을 설립함으로써 스스로 거주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이제는 주택을 구입하는 동시에 거주비자를 자동으로 발급해 주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에 한술 더 떠, 두바이에서 부동산을 구입코자 할 경우 외국에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 외국에서의 금융도 가능하다. 즉,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국 사람이 두바이에 부동산을 장만할 때 한국소재 은행으로부터의 금융이 두바이에서 제공 받을 금융상품보다 유리할 경우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겠다는 내용인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슈마허, 엘튼 존 등 유명인들이 인공 섬에 고가의 아파트를 산 것도 두바이 정부가 던져놓은 탁월한 '국가 마케팅'의 그물에 걸린 것이 아니겠는가.


이상직(dandoll1) 기자    
2006-09-27 12:30
ⓒ 2006 OhmyNews  







  












하영란

2006.09.28 21:19:45

dubai 를 'A melting pot of the east and the west, the young and the old'라고 표현하는거 어디선가 본듯...
대단하구나 싶다가도 ...........왠지 그곳 사람들 쫌 안됐다는 생각에 씁쓸........

한정욱

2006.09.28 23:13:18

영란씨가 글쓰기에 소질이 많으시다면서요?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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