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악산 청와대 뒤편이 38년 만에 개방된 지난 1일 시민들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 자리한 숙정문을 관람하고 있다.
▲ [서울 성곽 지도] 숙정문 일대는 개방됐지만 입장제한이 있으며 창의문 등은 내년에 개방될 예정이다.

청와대 뒤 북악산 숙정문 일대의 서울성곽이 개방됐다. 1968년 1월 북한 무장간첩 침투 사건으로 폐쇄된 이후 38년 만이다.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서울성곽은 예로부터 으뜸가는 산책코스로 꼽혀왔다. 개방 첫날인 1일 숙정문 권역(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약 1.1㎞)을 살펴보았다.

# 역사의 숨결 간직한 성곽

낮 12시 삼청터널 앞 홍련사에서 출발했다. 비가 내렸지만 나무 계단과 난간이 설치돼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10여 분이 지나자 숭례문(남대문)과 동대문 등 서울 4대문 중 하나인 북대문 ‘숙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시대 창건된 이후 풍수설과 음양설에 의해 음기가 많아 가뭄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 문을 닫아 둔 적이 많았던 곳이다. 문 옆으로 북악산 능선을 타고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이 끝없이 펼쳐졌다.

출발 20분 만에 종착지인 촛대바위에 도착했다.

“이게 끝이야? 더 오를 수 있는데….”

그러나 관람객들의 아쉬움은 바위 옆 전망대에서 들리는 탄성에 묻혔다. 흐린 날씨에도 서울시내의 경복궁과 세종로, 심지어 이순신 동상까지 보였다. 서울이 북악산과 마주 보는 남산 등 산으로 둘러싸인 오목한 분지지형이란 것과 경복궁의 원래 방향과 달리 축이 뒤틀려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 예약 필수(www.cha.go.kr)

# 성곽의 역사

서울성곽은 조선 태조가 한양을 수도로 정한 이후인 1396년 도시의 방어를 목적으로 쌓았다.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연결하고 곳곳에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 등 4대문, 혜화문(동소문), 광희문(시구문), 소의문(서소문), 창의문(자하문)등 4소문을 세워 둘레가 약 18㎞에 달한다. 축조할 당시 각 구역마다 책임자를 정해 그들의 이름을 성벽에 새겨 넣었으며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다.

처음 완공 당시는 흙과 돌을 혼합한 성곽이었지만 세종과 숙종 때 고쳐 지었다. 세 차례의 축조는 방법과 돌의 모양이 각기 달라 세 시기의 성벽이 쉽게 구분된다. 태조 때의 것은 다듬지 않은 네모꼴의 작은 돌을 불규칙하게 쌓았고 세종 때는 다듬은 큰 돌을 아래로, 윗부분은 작은 돌로 쌓았으며 숙종 때의 것은 정방형 돌을 가지런하게 쌓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제국주의시대에 도시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많이 훼손됐지만 1970년대부터 복원공사가 진행돼 10㎞가 제 모습을 되찾았다.

# 성곽 나들이

서울성곽은 복원공사를 통해 낙산, 성북동, 인왕산과 남산 등에 1~2시간 거리의 산책로로 꾸며졌다. 낙산공원은 가장 대대적으로 복원된 성곽 코스로 정상에서는 도봉산, 북한산, 인왕산, 남산까지 보인다.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이대부속병원 옆으로 난 ‘창신성곽길’을 따라가면 된다. 사직공원에서 시작하는 인왕산 등산로 역시 성곽이 잘 보존돼 있다. 경복궁, 청와대는 물론 한강 너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성북동 지역의 성곽은 서울과학고등학교 뒤편에서 시작한다.

성북동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성곽의 높이도 아기자기하다. 남산의 성곽은 동대문운동장 인근 광희문에서 시작한다. 장충체육관 뒤편에서 다시 이어진 성곽은 타워호텔부근을 제외하고 남산까지 볼 수 있다.


조선일보 / 김효섭 기자 4kids@chosun.com
200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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