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사진)가 이명박 정부를 ‘중도실용 정부’로 평가하면서 “큰 틀에서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 진영은 14일 정치권, 문화계, 학계를 망라해 일제히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민주주의 위기’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진보적 소설가로 평가받아온 황씨의 발언은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식인의 변절’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정권을 중도실용주의로 규정한다면, 극우 보수는 어떻게 해야 극우 보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진보논객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007년 대선 당시 황씨가 이명박 후보를 ‘부패 정치세력’으로 비난한 사실을 거론한 뒤 “욕도 웬만해야 한다. 이 정도의 극적인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고 황씨의 발언을 ‘변절’로 평가절하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김용태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광주민주화항쟁은 역사적 비극이고 명백한 국가 폭력”이라며 “진보적 색깔을 갖고 현 정권에 협조하는 것을 자랑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사태 같은 사건이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으나 1970년대 영국 대처 정부는 시위 군중에 발포해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논란의 논점은 두 가지다. 과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도실용 정부’ 평가가 타당하냐는 것과, 이로 인한 ‘현실 호도’ 및 ‘변절’의 문제다.
우선 보수·진보를 떠나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지목하고, 최근 여당 내부에서도 ‘부유층 중심’ 정책에 대한 ‘국정기조 변경’을 요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도실용 정부’ 평가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인 구속, 집회·시위 불허 및 강경진압, 교과서에 대한 우편향 수정 등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한하고 사상·양심을 통제하는 ‘공안통치’의 양상이 지속돼 왔다. 정책 면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유층 중심 정책과 대대적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등 각종 불균형 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지역·계층·세대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우경화·일방독주식 국정운영의 결과 지난 1월에는 모두 6명이 숨지는 ‘용산 철거민 참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주의가 아닌 강경보수였다. 이는 강한 이념 지향성을 뜻하고, 반실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실상과 괴리된 황씨의 발언에 대해선 ‘현실 호도’와 ‘변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성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상지대 교수)은 “황씨의 무지와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발언”이라며 “MB(이 대통령) 정책을 실증적으로 보면 부자감세·비정규직 양산·촛불탄압 등 극우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진영의 윤여준 전 의원도 “어느 좌표에서 봤기에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이 되는가 싶다. 우익도 극우가 보면 중도”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보운동을 계속한 사람이라기보다 돌출 이벤트를 보여줬던 사람”이라며 “정권으로서는 좌파도 우리가 포용한다는 식의 그림을 보여준 셈이고, 황씨도 새 영역 개척에 나선 셈”이라고 공박했다.


2009-05-14, 경향신문
<김광호·장관순·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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