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들이 KBO 행정을 대놓고 비판하는 게 말이 됩니까? "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 고위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무승부를 패전으로 간주한 승률 공식 변경과 월요일 경기 편성에 대해 현장의 불만이 터져나오던 시점이었다.

일리없는 말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커미셔너를 공개 비판하는 구단 관계자에게 벌금 100만 달러를 물린다. NBA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 한국을 방문한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에게 " 엄격한 복장 규정은 흑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 " 라고 물었을 때 그는 " 대답할 수 없다 " 고 했다. 대답이 공개될 경우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는 각기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과 조직의 결합체다. 협회의 리더십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리더십을 스스로 훼손한다면, 그래서 이에 대한 비난이 따른다면 달게 받아야 마땅하다. KBO는 시즌 개막 40일 만인 지난 14일 월요일 경기를 전격 폐지했다. 현장의 불만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무리가 있는 결정을 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8개 구단 합의로 정한 원칙을 시즌 도중에 폐기했다는 점에서 KBO는 비판받아야 한다. 설사 단장들이 이러한 주장을 했더라도 KBO 리더십은 반드시 필요했다.

올해 8개 구단은 지난해보다 7경기씩 늘어난 133경기를 치른다. '홈런·타점 등 신기록 탄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은 티켓 판매와 중계권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경기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어차피 시즌 개막전을 3월로 앞당기든, 더블헤더를 편성하든, 월요일 경기를 치르든 해야 한다. 어느 경우에나 현장의 불만은 나온다. 133게임으로의 증가 역시 차분한 사전 준비 없이 여론몰이 마냥 정해진 결정이었다. 이를 짜맞추기 위해 무리수에 무리수가 진행됐다. 이러다보니 시즌중 대회요강이 바뀌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한해 지명타자 제도를 실시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어떻게 했던가. 4년 전인 1969년 스프링캠프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시범 실시했다. 시즌 전 구단주 회의 투표로 제도 실시를 확정할 때는 '3년 뒤 존폐 여부를 재심한다'고 했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했기 때문에 뒷말이 나올 여지가 없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월요일 경기 실시는 지난 2월 5일 8개 구단 단장 회의에서 확정됐다. 그런데 폐지는 15일 단장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에 결정됐다. 이번엔 구단과의 공식 합의도 없었다. 이유가 걸작이다. KBO 한 관계자는 " 주말(16~17일)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빨리 결정했다 " 고 했다. KBO의 원칙은 일기예보에 따라서도 무너진다.


2009년 5월 15일, 일간스포츠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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