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것이 별로 없는 강원도가 백두대간을 넘는 바람까지 활용하려 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중심도(中心道)’ 전략에 따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풍력발전소 12곳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4곳이 완공됐고, 2010년을 전후해 나머지 8곳이 완공되면 백두대간엔 ‘풍력(風力) 밸리’가 생겨난다. 강원도의 발전량 중 화력·수력은 223만1000㎾. 2010년이면 풍력이 강원도 전체의 15%인 33만5000㎾를 담당하게 된다.

현재 활발히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의 대기 풍력발전소. 백두대간 주능선을 개간해 광활한 고랭지 밭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일명 ‘안반데기’라 불린다. 떡을 칠 때 쓰는 나무받침(안반)처럼 지형이 넓고 우묵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 백두대간이‘풍력 밸리’로 변신한다. 강원도 내 풍력발전소 12곳의 대표 격인 대관령 발전단지. /강원도 제공
풍력발전기 1기(750㎾)가 이미 들어섰고, 2000㎾급 1기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부지 정리작업이 한창이다. 대기 풍력발전단지는 효성이 담당하고 있다. 효성 장태주 팀장은 “2기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한 풍력발전기이며, 이달 말 나머지 1기 설치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창원공장에서 제작해 마산항~동해항을 거쳐 수송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설치를 기다리고 있다. 효성은 대기리 일대에 발전기 13기(전체 발전용량 26MW)를 추가로 설치, 2009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발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도(道)를 5개 권역으로 나눴다. 동해안권·서부권·남부권이 각각 태양광·지열·수자원 발전의 중심이 되고, 풍력을 맡는 것이 북부·중부권이다. 북부·중부권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고산지역(해발 1000m 이상)으로 1년 내내 평균 초속 6~10m의 바람이 분다.


백두대간 내 12개 발전소 건설지는 풍속은 물론 환경도 고려해야 했다. 풍력발전 자체가 청정에너지임에도 백두대간보호법·문화재보호법·국립공원법 등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녹색연합 등 환경 단체들도 백두대간 훼손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당초 건설 예정이던 발전기 260기를 49기로 줄이는 대신 1기당 발전용량을 750㎾에서 2000㎾로 늘리는 방안이 채택됐다. 또 추가적 자연 훼손이 없는 목장 작업로, 군사용 도로, 고랭지 채소단지가 발전소 건설지로 선정됐다.

강원도의 풍력발전은 2001년 11월 평창군 도암면의 구(舊)영동고속도로 휴게소 부지에 세워진 750㎾급 발전기 2기(풍력실증 연구단지)가 시초다. 12곳 중 대표 격은 동양 최대인 98㎿를 발전하는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2006년 11월 준공된 대관령단지 발전량은 소양강 다목적댐 발전소(200㎿)의 절반이며, 강릉시 5만 가구의 절반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날개 직경이 90m나 되는 2㎿급 풍력발전기 49기가 대관령의 삼양·한일목장 작업도로를 따라 건설됐다. 7000㏊의 산림 대체효과가 있고, 전력 판매로 얻는 수입은 연간 약 240억원.

풍력발전은 미국 GE, 일본 유리스에너지재팬(EEJ) 등 외국 기업과 포스코건설·효성 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발전량은 작지만(7.5㎿) 곧 착공에 들어갈 ‘국산 풍력’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는 풍력발전소를 용평리조트, 휘닉스파크 등과 엮어 관광벨트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관령 발전소는 이미 설악산·동해 바다에 이어 강원도 특성이 담긴 관광지로 자리 잡아 휴가철이면 대형 버스가 10분 단위로 관광객을 산 정상 풍력발전기까지 안내하고 있다.


2007-10-23, 조선일보
횡계=이혁재 기자 elvis@chosun.com  
강릉=권상은 기자 se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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