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팍’에 기생하는 코너라고요? ‘무르팍’ 감동에 지친 자들이여, 라디오 스타로 오라!”(신정환)
24일 저녁 7시 문화방송 일산 드림센터.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의 진행자들, 김국진·윤종신·김구라·신정환이 오프닝 멘트를 하기 전부터 수다스럽다.
녹화 들어가기 전 스튜디오에 떠도는 야릇한 긴장감도 잠시. 언제 큐 사인이 났나 싶게 이들은 “고품격 음악 전문 방송, 들리는 티브이, 라디오 스타!”를 외치며 ‘라디오 스타’의 문을 연다. 그리고 이내 “우리 오프닝 멘트는 만날 왜 이래? 작가들, 무르팍에 자격 지심 있어?”(김구라)라는 타박을 작가들에게 쏟아내기 시작한다.
티브이에서 보던 대로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느라 여전히 초대손님은 뒷전이다. 이날의 초대손님인 가수 박상민·민경훈은 한참이 지나서야 대화에 합류했다. 김국진이 ‘라디오 스타’에 나온 이유를 묻자 박상민은 “힘들었던 일들을 얘기할 수 있어 무르팍도 희망한 적이 있는데 양반다리 자세가 불편해 여기에 나왔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음악 토크쇼를 지향하는 ‘라디오 스타’는 매회 가수 중심의 초대손님들이 나온다. 그렇다고 심도 있는 음악 이야기를 나누진 않는다. 스타의 근황을 확인하며 근거 없는 소문의 진상을 캐고, 초대손님을 배경 삼아 진행자들끼리 수다를 떤다.
고함과 독설이 오가는 막말 구사,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와 뒷담화 등이 문제로 지적될 만큼 공격적이고 거칠다. 김국진은 “옛날과 비교하면 사생활의 경계가 없어지고 더 솔직해진 경향이 있다”며 “주제가 없는 듯하지만 일정한 흐름을 갖고 음악 얘기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라디오 스타’는 주 진행자 없이 이른바 ‘2인자’들의 ‘집단 진행체제’로 표현수위를 넘나드는 ‘리얼’한 ‘토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뜨거운 방송계 트렌드를 모두 갖춘 코너다. 출연자들을 배려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무릎팍 도사’ 못지않게 출연하겠다는 이들의 요청이 쇄도한다. 정신을 쏙 빼놓는 무규칙 진행은 어느덧 ‘라디오 스타’의 매력이 됐다.
‘초대손님 뒷전, 진행자 중심’의 독특한 토크쇼로 정체성이 확실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비운의 코너이기도 하다. ‘무릎팍 도사’의 재미에 따라 방송되는 시간이 들쑥날쑥해서다.
이쯤되니 알아서 ‘자투리 전문방송’ ‘체세포 분열 방송’이라는 자아분열 증상까지 보인다. 여운혁 피디는 “라디오 스타는 ‘무릎팍 도사’와 달리 쪼개서 봐도 재밌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편집이 되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번 나뉘어 짧은 시간에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은 프로그램 내 장수를 보장하기도 한다. 비운의 꼭지면서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정된 순간, 재미가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아는 ‘라디오 스타’. “다음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이라는 클로징 멘트는 ‘불안’을 콘셉트로 한 ‘라디오 스타’가 ‘평안하다’는 역설적인 인사인 셈이다.


2008-03-02 , 한겨레신문
김미영 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정욱

2008.03.03 11:53:48

내가 아주 좋아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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