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찰 ▷ 진압 전문 ‘백골단’ 부활 “불법시위 엄단”
ㆍ국방부 ▷ 시대착오적 불온서적 단속 전군에 지시
ㆍ방송장악 ▷ 날치기 선임·KBS특감 ‘전방위 압박’

한국 사회가 민주화 20년 동안 축적한 민주주의 성과가 이명박 정부 6개월 만에 무너지고 있다.

폭력으로 군사정권을 옹위하던 ‘백골단’이 부활했다. 검찰은 다시 정권의 도구로 돌아가고 있다. ‘불온’ 딱지의 ‘금서(禁書) 목록’이 재등장했다. 방송을 정권의 이익을 선전하는 관영방송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언론 자유는 사선(死線)에 섰다. 이명박 신권위주의 정권은 폭력과 탄압의 도구를 벼리며 사상·표현·양심의 자유에 대한 통제로 유지되던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으로 돌아간 듯하다.

경찰은 지난 30일 시위진압 전문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을 가졌다. 17개 기동대 1400여명 규모다. 80년대 시위진압 및 시위대 체포를 위해 창설돼 강경·폭력 진압으로 악명을 떨친 ‘백골단’과 같은 역할이다.

촛불 민심을 수용한다던 정부는 최근 촛불집회 참여 시민 1000여명을 기소하고, 100만~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방송 장악 움직임엔 브레이크가 없다. 한나라당은 30일 과거 언론통제 기구를 연상시키는 ‘미디어 정상화 특별위원회’ 설치를 검토키로 했다.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어야 할 국가 감시기구들이 전방위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감사원은 특별감사, 검찰은 배임 혐의 수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사퇴 압력 등을 가하며 정권의 도구임을 자처했다. 앞서 17일엔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노조의 저지와 ‘날치기’ 논란 속에도 YTN 사장에 선임됐다.

검찰에는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가 다시 붙고 있다. 지난 29일 검찰은 사실상 ‘PD수첩’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제작진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까지 했다. ‘증거 제일주의’에 입각해 사실을 밝혀야 할 국가기관의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촛불집회를 생중계한 인터넷방송 ‘아프리카’의 문용식 나우콤 대표를 구속했고, 법무부는 22일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침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22일 인문교양서와 베스트셀러까지 포함된 ‘불온 서적’ 차단대책을 전군에 지시했다. 불온서적 목록에는 각 언론사들에 의해 우수·권장도서로 선정된 소설가 현기영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도 포함됐다. 해당 서적의 출판사들은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신의 책 ‘대한민국 사’가 금서 목록에 포함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식 인식과 사고”라며 “한국 민주주의가 침탈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낮은 정치적 정당성을 공권력 극대화로 만회하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위축시킬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저항과 분노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광호기자>
2008년 08월 01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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