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남부지방의 높은 산에 많이 보인다. 학명은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죽은 나무까지 귀해 보인다. 요즘은 조경수로 키워 아무데나 심지만 성질대로 자라는 모습을 보려면 땀 흘리며 높은 산에 올라야 한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도시공원에서 보겠다는 것은 얼마나 게으른 욕심인가. 아니 자연과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구상나무는 지리, 덕유, 한라산에 많다. 그럼 설악, 두륜, 팔공, 대둔, 금오, 내장, 덕유산에는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게으른 인간들이 꾀를 내어 만든 괴물이 쇠줄에 매달려 산다. 그 괴물의 이름은 케이블카. 그럼 북한, 지리, 월출, 한라산은? 괴물을 새로 만들려 하는 곳이다. 돈 욕심은 감추고 각종 명목으로 산, 계곡, 바다 가리지 않고 케이블을 걸려고 안달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주변은 더 요란스럽게 위락과 상업시설로 개발된다. 그 다음은 안 봐도 비디오, 환경오염과 파괴다. 생태,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을 앞세운 무늬만 요란한 녹색정책은 이름만 바꾼 개발이다. 온전하게 유지하는 자연만이 미래의 자원이다. ‘녹색성장’을 빛내려면 예전에 설치한 케이블카를 오히려 걷어내야 한다. 자연회복을 위한 철거, 그게 녹색정신이다.


<이일훈 건축가>
2009-07-30,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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