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규제 완화되면 일자리 최대 2만개 창출"
정보통신정책硏, 잘못된 통계 인용 시장규모 왜곡
한나라 "부실은 인정… 미디어법 처리 방침은 불변"

정부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일자리 2만~3만개가 창출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아 온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부실 보고서였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야당의 반대와 비판여론을 무릅쓰고 법 개정을 강행하기보다 법을 개정해야 할 근거부터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월 내 놓은 ‘방송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다. 당시 KISDI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2008년 유료통계’ 중 1조2,949억달러로 기재된 2006년도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인용, “GDP 대비 한국의 방송시장 규모가 0.68%로 선진국의 0.75%보다 낮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소유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이 경우 최대 2만1,465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정부 여당은 미디어법을 ‘일자리 창출법’으로 명명한 뒤 “법이 통과되면 2만~3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KISDI의 보고서는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ITU는 2006년 원ㆍ달러 환율을 654.78원으로 표시했지만 실제 당시 환율은 954.80원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2006년 GDP는 8,880억달러이고, GDP 대비 방송시장 규모도 0.98%다. 당연히 한국의 방송시장 규모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선 만큼 신규 일자리 창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ITU는 논란이 제기되자 ‘2009년 유료통계’에서 2006년 환율과 GDP를 바로잡았다.

KISDI가 의도적으로 통계 오류를 묵인ㆍ인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ITU의 2008년 유료통계에서 한국의 GDP는 2004년 6,804억달러, 2005년 7,914억달러였지만 2006년에 갑자기 1조2,949억달러로 뛰었다가 2007년에는 9,698억달러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연구원은 유독 2006년 GDP만을 분석에 사용한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모순적 태도다. 나경원 문방위 간사는 “KISDI 보고서는 엉터리”라면서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미디어법 처리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일자리 숫자보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어쨌든 자본이 투입되면 문화컨텐츠산업은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일부 문방위원들조차 “법 개정의 핵심 근거가 무너진 만큼 비판여론을 무릅쓰고 법 개정을 강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미디어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부터 마련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2009-07-09,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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