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준법정신을 강조하였다. 선거과정에서도 국민들이 준법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심지어 국민들이 준법정신만 가져도 경제성장률이 1%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칙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딴 말해서는 안 된다. 오늘 이렇게 말을 했다가 내일은 다르게 말해서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준법정신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가 법에 의해 임기가 정해진 단체장들을 물러나라고 소리 높이고 있다. 법의 준수와 법의 수호를 위하여 모범을 보일 청와대와 장관, 여당 원내대표라는 분들이 법률이 정해 놓은 임기를 무시하고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다.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회의 참가 배제, 보고라인 배제 등 법률과 상식에도 있을 수 없는 무법적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인지 혼돈스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임기제 보장 법률은 2006년 말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하여 만든 법이다. 국민들에게는 준법을 말하면서 권력을 쥔 당사자들은 법의 파괴, 법의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한 입으로 두 말 하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데 청와대와 장관, 여당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너희들은 법을 지켜라. 나는 법 위에 있다’는 태도라면 심각한 문제이다.

-온갖 수단 동원 임기제 허물기-

진보든 보수든, 현실주의자든 이상주의자든, 청년이든 노인이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과 정의라는 것이 있다. 언론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노무현 정부가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 사람들을 물러나라고 압박하고 회의 배제, 보고라인 배제, 뒷조사 암시를 한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노무현 정부가 그랬을 때 단호하게 비판했을 것이라는 대답이 나오면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하고 있을 때도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권력을 잡았을 때 ‘언론 탓’을 하지 말아야 했던 것처럼 이제는 언론과 이명박 정부도 ‘좌파’ 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코드 인사’를 했을 때 비판했던 것처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법률의 임기에 상관없이 물러나라’는 이명박 정부도 비판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 편 가르기’에 비판을 했던 것처럼 국민들을 ‘좌파’니 뭐니 ‘편 가르기’하는 것도 비판 받아야 한다. 아직도 ‘좌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식의 한심한 발언이나 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해서 지난날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원칙과 기준은 나와 가깝고 멀고를 떠나, 좌와 우를 넘어, 이익과 손해를 떠나 한결같이 가져야 할 원칙이다. ‘임기제’라는 법치를 무너뜨리는 데 맞장구치다가 다른 법치까지 무너질 때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높은 원칙과 보편적 기준을 가져야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당파의 극단에 서서 행동하기보다 도덕적 정의와 보편적 상식에 입각해야 진정한 언론이 아닐까?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법의 수호자로서의 권한을 주었을 뿐이다. 법 위에 군림하고 법을 파괴하라고 권한을 준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가졌으면 이제 일을 제대로 할 생각을 해야지 ‘좌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권력은 무한책임의 자리다. 누구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가장 못난 인간이나 하는 말이다. 임기제가 문제가 된다면 먼저 법률 개정의 정당한 절차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에 대한 사퇴 압력이 공천 탈락자들에 대한 불만 무마용 자리 챙기기를 위해서면 작은 것을 위해 진정으로 큰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소탐대실의 행위다.

-법과 정의위해 물러나선 안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단체장들은 물러나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문제는 법과 정의의 문제가 되었다. 권력을 잡았다고 법 위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거나 그런 선례를 만드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또 법과 원칙이 권력에 의해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서는 안 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단체장들은 법과 정의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 위에 권력자가 있는 3류국가가 아니다.


2008년 03월 21일, 경향신문
이강백 /아름다운 가게 집행위원·캐나다 UBC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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