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천주교 춘천교구 제7대 교구장에 착좌(취임)한 김운회 루카 주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춘천시 죽림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착좌식에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보낸 메시지에서 “생명과 환경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화합의 지혜를 모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천주교 교구장 착좌식에 수석급 참모를 보내 축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 12일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반대 성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종교계와 각 분야 지도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을 직접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 장관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 부족을 질타한 뒤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은 환경과 생명 살리기”라며 부랴부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안 된 채 종교계 등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애초 ‘소통’보다 ‘추진’을 강조한 이 대통령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4대강은 정쟁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세종시와 4대강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갈등이 생긴 것이 가슴 아프다”며 “세계 여러 나라들은 앞서 나가려고 경쟁하고 있는데 국내는 갈등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토론의 여지를 닫고 강행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방송에 출연해서도 “지금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는 다 알면서 반대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4대강 단계적 추진’ 주장에 대해 “물 분야는 내가 좀 안다. 할 때 빨리 해야 한다”고 말해, ‘속도’를 앞세웠다. 하지만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25일 성명을 내어 “대통령이 모범사례로 언급한 태화강·시화호 등은 보를 없애고 자연상태로 되돌리니까 물이 맑아진 사례”라며 “물 문제에 문외한인 대통령이 ‘소신’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민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냐. 이는 설득이 아니라 강요”라고 비판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대통령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4대강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기를 조정할 뜻이 전혀 없는데 반대자들을 만나서 뭐라고 설득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비판론을 “정치적 반대”라고 깎아내리는 이 대통령의 기본 태도도 4대강 설득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표를 의식해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공약했다가 집권하자 수정에 나섰는데, 이 자체가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정치는 무조건 나쁘고, 자신만 옳다고 한다”고 말했다.


2010-03-26, 한겨레신문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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