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오늘 본격 착공된다. 겉치레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수질 악화와 환경 파괴에 대한 각계의 우려는 완전히 묵살됐다. 4대강 사업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에 더는 합리적인 토론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 계획대로 4대강 사업이 시행되면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굽이굽이 살아 흐르던 강물은 댐과 보에 갇혀 썩어갈 것이고, 갈대가 우거진 강변은 콘크리트 제방에 에워싸여 죽어갈 것이다. 강바닥을 긁어내는 과정에서 수생 생태계는 대부분 파괴되고, 1700여㎞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를 만드느라 강 주변 둔치는 콘크리트로 뒤덮여 질식할 게 뻔하다. 온전히 보존해 후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이 무분별한 개발론자들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는 것이다.

4대강이 이렇게 될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 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의 청계천 복원 성공을 내세우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동네 앞 개울 격인 청계천의 복원과 한반도 남쪽 국토를 넉넉히 적셔주는 젖줄인 4대강을 개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20조~30조원이 되는 사업을 2~3년 안에 끝내겠다는 것은 그의 임기 안에 그럴듯한 치적 하나 만들겠다는 과욕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무지에 따른 아집의 결과로 국토의 젖줄 4대강이 망가질 처지에 놓인 셈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4대강 파괴의 종범으로서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 장관은 보기 역겨울 정도로 ‘리틀 엠비(MB)’를 자임하며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사실상 묵인해줌으로써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렸다. 우리 환경정책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찌 됐든 오늘부터 4대강 삽질이 시작된다. 그 결과 4대강이 얼마나 파괴될 것인지 그 생생한 현장이 곧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뻔히 눈앞의 파괴 현장을 보면서도 이를 방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4대강 파괴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본격 착공이 4대강 지키기 싸움의 본격적인 시작이 돼야 하는 이유다.


2009-11-09,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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