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5달러로 사상 처음 2만달러를 돌파했다. 1995년 1만1471달러로 1만달러를 넘은 이후 12년 만에 이룬 결과다. 환율 변동 때문에 올해도 2만달러가 계속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우리 경제사에 남을 값진 기록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국민의 땀의 결실이다. 지난해 소득 증가분의 3분의 1이 환율 하락에 힘입은 것처럼 2만달러 속에는 환율에 의한 거품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득 증가의 원천은 꾸준한 성장에 있다. 특히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7477달러까지 급감했던 소득을 9년 만에 2만달러로 키운 우리 경제의 저력은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잃어버린 10년’이란 정치 슬로건에 의해 그 의미가 의도적으로 폄훼됐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는 연평균 4~5%에 이르는 견실한 성장의 결과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우리 경제가 얼마나 질(質)적 향상을 이뤘는지를 생각해보면 국민소득 2만달러가 갖는 의미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각종 소득불평등 통계가 보여주듯 소득 양극화는 경제 차원을 넘어 국가적 난제가 된 지 오래다. ‘고용 없는 성장’에 의해 가속화하는 취업난, 해결 기미 없는 비정규직 양산 체제 등은 지표로 보여지는 성장률과 국민소득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이나 생활 만족도 역시 후퇴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사교육비 급증에 따른 부담, 가구당 4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 등 가계의 건강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7·4·7공약(성장률 7%·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위 경제대국)’은 양(量)의 목표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증가한 과정과 결과에서 보듯 다시 2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뛴다 해서 경제의 건강성과 국민의 삶의 질이 저절로 향상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경제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가치 추구와 부단한 노력 없이는 국민의 행복과 거리가 먼 3만달러, 4만달러 국민소득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2008년 03월 21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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