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의혹….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반환점을 맞아 지명한 장관 등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둘러싸고 터져나오는 온갖 의혹들이다. 집권 초기 ‘강부자 내각’으로 시작된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의 불법·부도덕 행진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른다.
신임 각료 후보자들의 이력에서는 서민의 체취는커녕 반서민적 악취만 풍긴다.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부동산에 투기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올렸는가 하면 위장전입 등 실정법 위반 행위도 밥 먹듯이 했다. 이런 인물들을 내세워 친서민정책을 추진한다니,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 이름으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재개발 예정지역 안에 쪽방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5대 쪽방촌의 하나로, 2007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이 쪽방 건물 세입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고 있다고 한다.

쪽방촌은 소외된 서민들이 모여 사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취약계층 종착지’다. 이 후보자가 다른 곳도 아닌 쪽방촌에 부동산투기를 하고 월세수입까지 챙겨왔으니, 그의 돈놀이 수완에 기가 찰 뿐이다. 요즘 지식경제부는 ‘서민을 따뜻하게’ ‘서민에게 희망을’ 따위의 구호를 내걸고 친서민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민을 돕기는커녕 그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재산을 긁어모은 사람을 그 부처의 수장에 내정한 이 대통령의 속셈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인 이름으로 경기 양평 임야 등을 사들였다가 지난달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중앙선 전철 복선 연장 개통으로 전원주택 사업지로 인기가 치솟은 지역이다. 신 후보자는 부동산투기 의혹 말고도 거액의 세금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또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위장전입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 정도면 거의 ‘상습범’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이런 도덕성 흠투성이의 사람들 말고는 이 나라에 인물이 그토록 없다는 말인가. 친서민을 주장하는 건 자유다. 그러나 반서민 행위자들을 장관직에 지명하면서 친서민 운운하는 건 서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2010-08-17,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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