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행정관 이상 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공정한 사회’에 대한 토론회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기본철학으로 제시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며 “청와대가 그 출발점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은 정책을 마련할 때와 일상 생활을 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8·8 개각’ 대상자들의 각종 흠결을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있는지를 보면 ‘공정’이란 말의 의미까지 헷갈릴 정도다.

이 대통령은 청문회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일’을 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흠결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령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내 자식은 좋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위장전입도 공정한 사회를 위한 실천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본 셈이다.

앞뒤가 안맞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이 대통령의 지시라며 “인사검증의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기준이 이번 후보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잘 할테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자는 취지다.

실제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 26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회는 반대하면 반대하는 대로, 찬성하면 찬성하는 대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힘으로 문제되는 후보들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이것이 ‘공정한 사회’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청와대의 실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사회’의 규칙이 왜 이 대통령이 내정한 고위 공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이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참 뻔뻔한 청와대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얼마전 중국의 제왕학이라며 ‘후흑론’을 공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면후심흑(面厚心黑)’이라고 제왕은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0-08-27, 경향신문, 박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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