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문 하나. 인터넷이 발송한 나훈아 괴소문. 특징 : 싸구려 연예계 루머로 시작되어 엄청나게 몸집을 불렸으나 끝내 해프닝으로 마감됨.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나훈아씨를 둘러싼 괴소문과 그의 해명 기자회견이었다. 일부 황색언론에서 근거 없이 보도한 잠적, 도피설 기사는 인터넷 공간에서 퍼져 나가면서 염문설과 간통설로 부풀려지더니 급기야는 ‘야쿠자에게 끌려가 중요한 신체의 일부가 훼손됐다’는 믿기 어려운 해괴한 소문으로까지 나돌게 되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로 시작된 것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로 가는 동안 눈덩이처럼 커진 소문은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여론을 만들었고 경찰까지 나서 수사를 벌였지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나훈아씨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나서야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었다’는 쪽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영원한 젊은 오빠 나훈아의 괴소문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것 같다. 희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 땅의 아줌마들에게는 다행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다.

괴소문 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송한 정부조직 개편 괴소문. 특징 : 나훈아 괴소문이 해프닝이 된 것과 달리 이 괴소문은 점점 몸뚱이를 불리고 있으며 끝을 알 수 없음.

인수위는 현행 18부4처18청10위원회인 중앙 행정조직 가운데 통일부·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여성가족부·과학기술부 등을 통폐합해 13부2처17청5위원회로 축소 조정하며 인권위와 방송위를 각각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여성부 등을 없애겠다는 것도 놀랍지만 인권위와 방송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는 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틀림없이 괴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괴소문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인수위는 인권위와 방송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놓는 이유를 “입법·사법·행정, 3부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의 지위는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허허, 두 기구의 탄생과정을 잊었는가? 인권위는 행정부처의 인권침해 감시를 위해, 방송위는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의 여론에 따라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법안을 만들 때 한나라당도 찬성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주요한 두 기구를 권력의 품 안에 끌어 오려 하다니 정말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하게도 해당 위원회와 관련 단체들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투쟁에 나섰고, 1월24일부터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천막도 없이 찬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하고 있다. 국제기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루이스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국제엠네스티 역시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인수위의 개편안을 거의 그대로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법안 45건을 국회에 발의했다. 인수위가 출범한 지 한달여 만에 새로운 정부를 조직하는 법까지 통과시키겠다니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신호탄치고는 요란하다.

역시 그랬다.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는 대한민국의 인권활동가들에게 아니, 살맛나는 세상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젊은 오빠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인수위의 괴소문이 해프닝으로 끝나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 한 번의 해피엔딩을 기다려 본다.


2008-01-28, 한겨레신문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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