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서 계속>

  전회에서는 90년대 이전의 소형카메라의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이번 회에는 90년대 이후를 고급 기술 중심으로 기술합니다. 고급 기술은 이제 전문가의 디카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일반 디카에도 빠른 속도로 고급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고급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 누가 주도하는지를 살펴보고 미래의 디카 기술을 키워드로 정리해 봅니다.

<초음파모터AF의 등장>

  캐논이 전문가용 SLR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매김을 한 것은 90년대부터. 캐논은 1989년 EOS시리즈의 첫 작품인 EOS-1 을 내 놓습니다. (사실 첫 EOS시리즈의 1987년 EOS650입니다. 아래 댓글을 달아주신 EOS님의 지적입니다. 첫EF렌즈를 썼네요.)
  이때부터 캐논은 EF시리즈의 렌즈를 EOS에 부착하는데, 마운트가 기존의 캐논렌즈(FD시리즈)와 달라서 옛 수동렌즈를 EOS에 장착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존 캐논 사용자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신제품들이었죠. 니콘은 AF방식의 카메라도 50년대 렌즈를 장착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캐논의 목표는 완전히 새로운 SLR에 있었습니다.
  EOS-1은 외관부터 이전의 카메라와는 확연히 구별됐습니다. 전신인 T90처럼 둥글둥글한 디자인에 그립 등을 울퉁불퉁한 고무로 쌌습니다. 또 셔터다이얼, 조리개 링 등을 없애 ‘전자식 카메라는 기계식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촬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전자 판넬로 보게 했으며 오른손 검지와 엄지만으로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카메라 뒷판에 설치해 엄지로 조작하게 한 ‘내장 조리개 링’ 다이얼은 오늘날 디카들도 채용하고 있죠. 물론 조리개 보다는 전후좌우 조작 버튼으로 쓰지만요.
  하지만 진짜 SLR의 혁명은 AF(자동초점기능)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AF렌즈는 8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적외선 방식이었고, 셔터버튼을 살짝 누르면 ‘윙윙’ 둔탁한 기계음을 내며 초점을 맞춰주었죠. 물론 초점 맞추는 시간도 늦었으며 특히 움직이는 물체는 거의 찍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초음파 방식의 모터를 장착한 렌즈가 93년경 등장하면서 큰 변화가 생깁니다. 캐논의 USM(Ultra-Sonic Motor-초음파)렌즈가 그것인데요, AF속도에 근본적인 혁명을 가져옵니다. (아래 댓글에 USM님이 초음파모터AF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이 렌즈가 자기부상방식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라고 하시는군요. 저는 몇년전 국내 캐논 AS센터장님의 말씀을 듣고 자기부상방식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제 생각에도 USM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렌즈는 AF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지요. 이전까지의 렌즈는 톱니를 돌려 AF를 맞췄기 때문에 마찰과 소음이 심했죠. 당연히 속도도 느려지구요.
  특이 이 기술은 300mm이상의 망원렌즈에서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USM렌즈의 출현으로 스포츠 사진에 큰 변혁이 생깁니다. 손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초점까지 정확히, 그것도 1초에 5~8컷을 순간적으로 오차없이 맞춰주기 때문에 요즘 신문의 스포츠면 사진들은 선수들 표정까지 큼지막 하게 편집돼 나옵니다.
  니콘은 96년경부터 캐논의 USM모터와 흡사한 AF-S렌즈와 F5를 내놓고 뒤늦게 기술 경합을 벌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부품, CCD는 원래 기억장치로 개발된 반도체 소자입니다. 1970년 미국의 벨 연구소가 레지스터로 응용하기 위해 개발했는데, 점차 이미지 센서로 쓰이게 됩니다. 이후 1980년 일본의 Sony가 CCD를 이용한 최초의 디지털카메라 ‘Mavica’를 개발합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디카를 대중화 시킨 것은 필름회사였습니다. 1995년 Kodak은 DC40을 내놓는데, 38만화소에 메모리 4MB를 내장한 제품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닥은 97년을 전후해 캐논, 니콘의 몸체에 디지털 팩을 장착한 디지털SLR을 내놓고 사진기자들을 유혹합니다. 늘 마감시간에 쫓기는 사진기자들은 이 카메라 때문에 ‘현장 실시간 마감’ 시대를 엽니다. 그러나 가격이 한 대당 2만달러가 넘는 바람에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 사진기자들에게는 언감생심이었죠.
  디카가 본격적으로 사진기자들에게 파고들어 ‘속도경쟁’을 벌이게 한 제품은 니콘의 ‘D1’ 이었습니다. 캐논의 EOS때문에 고급 SLR시장을 빼앗겨 가던 니콘은 D1으로 SLR 디카시장을 선점, 아니 만들어 갑니다. F5를 베이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크기 무게가 필름 SLR과 비슷한데다 270만 화소. 가격도 700만원 정도로 무척 저렴(?)했거든요. 필름으로 취재를 할 경우 마땅히 현상할 장소가 없는 현장이라면 현상액과 정착액을 만들고, Dark Bag에서 필름을 현상릴에 감아 현상을 하고, 이를 말린 뒤 스캐너로 스캔을 받아 신문사로 전송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서둘러도 40분 ~ 1시간 가량 걸리죠. D1은 이 시간을 단축해 줬을 뿐 아니라 ‘손에 물 마를 날 없었던’ 사진기자들의 구세주 였습니다.
  캐논의 반격도 시작됩니다.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2년 초 캐논은 400만화소에 1초에 8컷까지 찍을 수 있는 ‘EOS-1D’를 내놓습니다. 제 기억에 EOS-1D는 ‘디지털 카메라의 CCD는 필름 보다 화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깬 첫 디카였습니다.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 받은 것보다 화질이 훨씬 나아 보일 정도였습니다. 또 유효촬영 화각을 초점거리의 1.3배 정도로 확 낮춰서 광각렌즈를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21세기 디카 기술의 키워드>

  필름 카메라 시절, 라이카 콘탁스 니콘 캐논 등 최고 수준의 광학회사들은 자사 기술이 집약된 최고 카메라를 10년 주기로 개발해 왔습니다. 그런데 디카의 경우 업그레이드 주기가 1~2년 입니다. 99년 D1을 내놓은 니콘은 2001년 ‘D1H’와 ‘D1X’를, 2003년 ‘D2H’를 출시합니다. 캐논도 2004년 ‘EOS-1D Mark2’를 선보입니다.
세계 디카 시장에서 일본은 1~4위(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를 휩쓸고 있습니다. 특히 캐논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동안에도 승승장구하더니 2003년 말 도쿄증시에서 처음 소니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 이르렀습니다. 캐논은 디카 부분에만 우리돈으로 매년 5000억원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쓴다고 합니다. 음… 자동차 한대 개발 연구비 수준이군요. ^^;
  그러면, 현재 디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각 제조사들은 어떤 기술들로 경쟁을 하고 있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참, 디카 기술 개발 경쟁에 대해 쓰는데 한국 업체가 없어서 상당히 아쉽긴 합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80년대 카메라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삼성케녹스만 빼고 대부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일단, 화소수가 더 이상 디카의 등급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화소수가 많은 것이 고화질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픽셀 하나하나의 색 재현력이 더 중요하죠. 사실 일반인의 경우 400만화소급이나 800만 화소급을 모니터에 비춘 그림만으로 구별하기는 거의 힘들 정도입니다.

<CMOS? CCD?>

  대부분의 디카는 이미지 센서로 CCD를 씁니다만, 고급 제품들은 CMOS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CMOS는 원래 PC카메라나 폰카메라에 쓰던 것이었죠. 30만 화소 정도의 저화소라서 프로세스 속도는 빠르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습니다. 하지만 캐논이 2002년 고급 SLR에 처음CMOS 방식의 이미지 센서를 장착합니다(EOS-D60). 캐논 국내 판매사인 LG상사의 포토아카데미 윤우석원장(31)은 CMOS 방식 센서는 △CCD보다 크게 만들 수 있으며 △제조 단가가 싸고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합니다.니콘도 LBCAST라는 CMOS방식의 이미지 센서를 개발해 D2H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대구경 렌즈>

  디카는 ‘축소지향적’이지만 렌즈만큼은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사진의 ‘원재료’인 빛을 제대로 받기 위해선 이왕이면 큰 렌즈가 좋기 때문이죠. 렌즈가 크다는 것은 더 밝아졌다는 의미입니다. F값이 점점 내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렌즈는 제작이 까다롭습니다. 구경이 큰 렌즈는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수차나 회절현상이 심해지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광학기술의 역사가 짧은 전자회사들은 독일의 유명 광학사들 제품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소니, 마쓰시타(파나소닉)는 고급제품에 각각 칼자이츠(콘탁스), 라이츠(라이카)의 렌즈를 씁니다.
  삼성과 코닥은 슈나우더로부터 공급받습니다. 캐논 니콘 미놀타 올림푸스 등은 전통적인 광학회사이기 때문에 자사가 개발한 렌즈를 씁니다. 저급 디카는 일본 중소 광학회사의 렌즈를 많이 쓴다고 하네요.

<왜곡 보정 렌즈>

  구면수차, 색수차, 회절, 굴절, 분산 등 이미지가 왜곡돼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캐논과 니콘은 고급 SLR렌즈에 보정기능을 강화해 왔습니다. ‘L렌즈’와 ‘ED렌즈’가 그것이죠. 이 렌즈는 각각 빨간색과 금색의 띠를 두르고 있어서 눈에 금방 띱니다.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로 구성된 렌즈를 다양한 방법으로 깎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일부 고가의 일반 디카에도 이 방식의 렌즈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고유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셈이죠. 니콘의 ‘Coolpix 8700’, 캐논의 ‘Powershot Pro1’은 ED렌즈와 L렌즈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대구경의 렌즈에 금색이나 빨간띠가 둘러져 있으면… 일단 폼 납니다…^^;

<초음파 모터 AF>

  90년대 개발된 방식이지만 고급 SLR용 렌즈에만 있었던 초음파 방식 AF가 최근 일반 디카에 장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디카로도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수 있게 된 것이죠.
  10여년전만해도 자동차의 에어컨, 파워스티어링, 에어백 등은 고급 사양이었지만 요즘엔 많은 차들에 기본으로 장착이 되지요. 고급 기술이라 해도 시간만 지나면 일반 제품에도 상당히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캐논의 ‘USM’, 니콘의 ‘AF-S’이 대표적인 초음파 모터의 AF 기술입니다.

<손떨림 보정 기능>

  디카 고수라도 셔터스피드 1/30초 이하로 찍게 되면 ‘요란한’ 행사를 치뤄야 합니다. 숨도 멈추고 팔도 몸통에 붙이고, 자세도 안정되게 해야 합니다. 게다가 망원줌으로 찍게 되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떨림 보정 기능’은 저속 셔터 스피드의 이런 단점을 보완해 줍니다. 캐논의 ‘IS(Image Stabilizer)’, 니콘의 ‘VR(Vibration Reduction)’, 미놀타의 ‘AS(Anti-Shake)’ 들이 모두 떨림 보정 기술의 이름입니다. IS와 VR은 렌즈를 움직여 떨림을 보정하지만 미놀타의 AS는 CCD자체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이 기능을 켜 놓고 찍으면 디카 안의 렌즈나 CCD가 덜컹 거리는 ‘손 맛’ 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속촬영, 동영상 기능>

  이미지 센서의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저장시켜주는 프로세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고화질과 동영상 촬영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글쎄요…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디카에도 스테레오 녹음용 마이크가 장착되지 않을까요? 캠코더 처럼 말입니다.


- 20040423, 동아일보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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