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인권위원장 이임사

임기를 3개월 남짓 앞두고 전격 사퇴한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현 정부의 인권 인식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안 위원장은 8일 인권위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의제와 의지가 부족하고 소통의 자세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이로운 나라로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았던 대한민국이 근래에 들어와서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의 인권 정책을 혹평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작심한 듯 “유린”, “폭거”, “몰상식”, “치욕”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인권위를 보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 “인권위가 2001년에 출범됐기 때문에 좌파 정부의 유산이라는 단세포적 정치논리에 사로 잡혀 있다”며 “(인권위 조직 축소는)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사태”라며 쏘아붙였다. 그는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유엔이 권고한 독립기구로서의 본질을 침해하는 인권위 기구 축소는 또 한번 국제적 조롱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단 한 차례도 이명박 대통령께 업무보고를 드리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무능한 인권위원장으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제 개인의 불운과 치욕으로 삭이겠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유엔총회가 결의를 통해 채택한 인권위의 설립과 운영 원칙을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경청하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이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위원회 독립성을 유린하며 강행한 정부의 폭거로 직장을 잃게 된 동료 직원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남긴다”며 “남은 동료들은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2009-07-09, 한국일보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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