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서 짬짜미가 벌어진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9월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 15개 공구 입찰을 서너 달 앞두고, 대형 건설사들이 여러 차례 만나 공사를 나눠 맡기로 몰래 약속했다는 것이다. 입찰 결과는 짬짜미 의혹대로다. 15개 가운데 14개 공구에서 입찰 참여 업체가 고작 두세 곳에 그쳤고, 평균 낙찰률도 일반 경쟁입찰 때보다 훨씬 높은 93.4%였다. 3000억원 규모 대형 공사가 불과 1000만원 차이로 낙찰되기도 했다고 한다. 미리 짜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짬짜미의 이익을 누가 누렸는지도 드러났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번 밀약을 통해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이익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만큼의 국민 혈세가 새어나간 셈이다. 권력 주변도 떡고물을 단단히 챙긴 것 같다. 1차 입찰 대상인 낙동강 유역 8개 공구의 컨소시엄 구성 회사 51개 가운데 영남권 업체가 27개인데, 그중 6개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 근거를 둔 기업이다. 5개 업체의 회장·사장은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권력 배경을 지닌 업체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심,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 권력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이런 일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각 지역 국토관리청 등 공사 발주 기관에 입찰 담합 방지 지침까지 내려보냈다. 그런데도 짬짜미가 버젓이 벌어졌으니, 누군가 눈감아준 쪽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이번 짬짜미 의혹은 한 달 전 국정감사에서 이미 제기됐지만, 공정위 조사는 건설사들의 비협조를 이유로 여태껏 지지부진이라고 한다. 누가 뒷배를 봐주기에 그리하는지, 공정위는 조사할 의지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 계획대로라면 4대강 사업에는 20조~30조원이 투입되고, 100건이 넘는 대형 공사가 예정돼 있다. 그 첫 발짝에서부터 의혹의 구린 냄새가 진동하니, 앞으로 얼마나 큰 비리와 부정이 잇따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와 고발을 서둘러야 한다. 법에 정해진 과징금 부과, 시정 조처 등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검찰 역시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전면적인 강제 수사에 나서야 한다. 지금 억지로 덮으려 하다간 훗날 더 크게 터진다.


2009-11-09,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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