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영제교. 물이 흐르지 않아 고여있는 물이 썩고있다  
ⓒ2004 이정근
▲ 덕수궁 금천교. 흘러야 할 명당수는 커녕 토사만 쌓여있다  
ⓒ2004 이정근

  우리의 수도 서울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과 종묘를 비롯하여 수많은 궁원 문화재가 있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회색 콘크리트에 찌들은 시민들에게는 녹색의 편안한 휴식의 장으로,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전통 문화재로 그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한양에 도읍을 정하여 조선 왕조가 면면히 이어져오는 동안 조선의 역대 임금들이 사용한 우리 나라 궁궐은 궁궐의 정문을 들어서면 중문이 나오고 중문을 거쳐 정전문을 지나야(창경궁 제외) 임금이 공식 행사를 주관하는 정전이 나오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궁궐 구조에서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것이 정문과 중문 사이에 있는 다리다. 경복궁 영제교가 그렇고 창덕궁의 금천교, 창경궁의 옥천교, 덕수궁의 금천교가 모두 정문과 중문 사이에 있는 다리다.
  이렇게 궁궐로 들어가는 길목에 명당수가 흐르고 다리가 있는 이유는 임금이나 신하들이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마음을 씻고(洗心) 어떻게 하면 백성을 편안하게 하여 태평성대를 이룰 것인지 생각하게 하기 위함이라 한다. 옛 선현들의 깊은 마음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깊은 뜻을 간직하고있는 궁궐의 내와 다리가 창경궁 옥천교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복원되지 않아 흘러야 할 물이 고여 썩고 있거나 아예 흐르지 않고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복궁 영제교는 북악산에서 발원한 명당수가 청와대 계곡을 지나 향원지에 잠깐 머무르다 경회루를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앞을 지나 영제교를 통과한 다음 동십자각 쪽으로 흘러 중학천으로 흐르도록 복궐도에 나와 있다.
  그러나 실상은 경회루 물이 경복궁 서쪽에 있는 청운천으로 빠지고 있어 영제교 아래 물은 고립된 채 시커멓게 썩고 있다.
  덕수궁 금천교는 더욱 가관이다. 아예 물이 없으며 준설해야 할 토사가 그대로 쌓여 있다. 게다가 석재 축조물에 있어서는 안 될 시멘트 콘크리트가 튀어나와 흉물스럽기까지 한다.
  비단같이 맑은 물이 흘러 금천교(錦川橋)라는 이름을 얻은 창덕궁 금천교는 또 어떤가? 남쪽으로 해태 상, 북쪽으로 거북이 상을 조각하여 수호신으로 삼고 교각 중앙에는 귀면 상을 조각하여 그 예술 가치도 인정받고 있으며 서울 시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장중한 축조 기술이 돋보이는 금천교도 이름과 달리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격이 다르긴 하지만 청계천도 복원하여 물이 흐르게 하는 세상인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궁궐 문화재에 물이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근(ensagas) 기자    
2004-07-02 17:2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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