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기고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옥인동 소재 경찰 보안분실에 출두했다. 보안분실로 향하던 강정구 교수가 동료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시 뭉쳤다. 자칭 '자유민주주의자'들이.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눈을 홉떴다. 강정구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같이 숨쉴 자격"이 없단다. 검찰과 경찰을 지목하며 으름장이다. "조속히 사법처리에 박차를 가하라." 언뜻 한나라당이 집권당이라는 착각마저 든다.
  실제로 허준영 경찰청장은 강 교수 '구속 수사'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란다. 재벌도 가세했다.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을 보라. 강 교수의 강의를 들은 대학생에게 채용 때 불이익을 줄 태세다. 한국언론을 새삼 언급하고 싶진 않다. 수구신문들은 앞다투며 사설과 칼럼을 쏟아냈다. 심지어 강 교수의 두 아들까지 파고들어 치졸한 인신공격에 나섰다.

강정구 교수 '사냥'하는 언론-재벌-한나라당

  가장 큰 쟁점은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강 교수의 발언이다. 잘라 묻고 싶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은 무엇이란 말인가. "북한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강 교수의 주장은 오히려 '북한 지도부'의 북침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규정 아닌가.
  문제의 고갱이는 다른 데 있다. 북쪽 지도부가 통일을 시도한 전쟁이라는 규정은 결코 문제일 수 없다.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통일전쟁'의 가장 큰 교훈은 이 땅에서 무력으로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7·4공동성명이고 6·15남북공동선언 아닌가.
  이 참에 하나 더 명토박아 두자. "미군이 개입 안 했으면 통일했을 것"이라는 강 교수의 가정보다 더 중요한 가정이 있다. 해방정국에서 미국이 단정수립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한국전쟁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 친미사대언론은 단정 때문에 남쪽이나마 '북한체제'를 면했다고 주장한다. 강 교수를 사냥하는 '논리'도 그 연장이다.
  하지만 그 주장은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미국이 애초 38선을 긋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이 실행되었다면, 남과 북을 아우르는 통일정부의 지도자가 누가 되었을까는 미지수다. 가령 이승만과 김일성 못지 않게 해방공간의 강력한 정치지도자들이 있었다. 좌에서 우까지 박헌영, 여운형, 김구가 그들이다. 따라서 미국 아니면 '북한식 통일'이라는 가정은 옳지 못하다.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 아니면 '북한식 통일'은 단순논리

  왜 불순한가. 톺아보라. 강 교수를 논리 비약과 자극적 색깔론으로 곰비임비 공격하는 저들을. 유감스럽게도 'X파일'의 당사자들이다. 정-경-언 유착세력, 그들이 강 교수를 마녀로 몰고 있다. 더구나 그들은 교수를 사냥하며 언죽번죽 잇속을 다시 챙긴다. '과거 청산'과 연계한다. '삼성 편법상속'을 덮어두잔다.
  분명하지 않은가. 그 노림수가. 게다가 죽어 가는 국가보안법을 되살릴 '호기'다. 그 뿐인가. 남북사이에 모처럼 조성된 대화를 가리틀지 못해 안달이다. 강 교수를 들먹이며 남북화해정책을 비난하는 저들을 보라.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강 교수 마녀사냥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집권당이 누구인지 궁금할 정도다. 그것도 "검찰 독립"이라고 지청구 댈 터인가. 자신들이 '독립'시킨 공안당국이 한나라당과 수구언론 '휘하'에 들어가는 꼴이 보이지 않는가. 아니, 연정 없이 이미 권력은 이양된 걸까.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평생 단 한 순간도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닌 저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희극은.  
  

손석춘
2005-10-07 09:26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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