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기도가 팔당 유기농단지 철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연구보고서를 왜곡·조작해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학술연구 결과마저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논문’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단순한 양심불량을 넘어 공·사문서 위조 등 중한 범죄행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토부는 그동안 ‘한강수계 하천구역 내 경작지 현황 및 수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팔당 유기농단지가 수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조사해보니, 국토부는 연구보고서의 ‘팔당호 상수원 보호구역 내 토지’를 ‘일반 농경지’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논밭이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깨끗한 지역을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는 농경지로 바꿔치기함으로써 하천구역 내 경작지의 오염 발생이 무척 심각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경기도가 ‘유기농 발암물질 생성’의 근거로 삼아온 논문 역시 실제 내용은 유기농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염소 소독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에 관한 연구로 밝혀졌다.

국토부와 경기도는 그동안 이들 논문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팔당 유기농단지를 수질 악화의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팔당 농민들이 ‘유기농 발암물질 생성’ 주장을 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경기도의 한 공무원은 “농민들도 과학적 증거를 갖고 와서 말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국토부와 경기도가 금과옥조로 삼아온 ‘과학적 증거’가 조작되거나 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앞으로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하다.

유기농이 환경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존 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이를 입증하는 논문도 세계적으로 500편 이상 발표됐다. 유럽 등에서는 수질보존지역과 취수지역에서는 유기농 외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 실정이다. 국토부와 경기도만이 이런 진실을 애써 눈감고 조작된 주장을 펼치다 들통이 난 것이다. 정부는 유기농단지를 강제수용해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당장 백지화하기 바란다. 모든 것을 떠나 농민들의 피땀이 배어 있는 땅을 갈아엎어 그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니 하는 말은 더더욱 할 수 없는 노릇이다.


2010-10-13,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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