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엔 어느 회사의 어떤 기술이 디카 기술과 시장을 이끌까요. 디카의 전신인 35mm 소형 카메라의 역사를 짧게 정리해 보면서 21세기 디카 문화를 선도할 카메라 기술에 대해 2회에 걸쳐 가늠해 보겠습니다.

독일 카메라 vs. 일본 카메라

▷Leica와 Contax 시대

  1950년대 이전은 라이카와 콘탁스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 광학회사인 양사는 기술 경쟁을 벌이면서 소형카메라의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합니다.
  1913년 라이츠(Leitz)사의 오스카 바르낙(Oscar Barnck)에 의해 ‘Ur-Leica’가 탄생되면서 소형카메라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후 라이카는 줄곧 ‘렌즈 밝기’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해 1935년 경에는 1/1000초의 셔터 스피드를 장착한 ‘Ⅲa’가 나옵니다(콘탁스는 1932년 개발). 이전의 렌즈들은 워낙 어두운데다 필름의 감광능력도 떨어져 햇빛 아래에서도 1초 이상의 노출을 줘야 사진이 제대로 나왔다고 하네요.
  라이카의 오스카 바르낙을 오늘날 소형카메라의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콘탁스(Contax)의 칼 자이스(Carl Zeiss)는 렌즈의 명장이라 불러도 좋겠습니다. 콘탁스를 생산하는 칼자이스사는 원래 현미경을 만들던 회사입니다. 렌즈에 대해서만은 세계최고 수준이었겠죠.
  1880년대에 칼자이스는 프로타르(Protar), 플라나르(Planar)등의 렌즈를 개발하는데, 이는 렌즈 주변으로 갈수록 이미지가 고리 모양이나 방사형으로 퍼지며 흐릿해지는 비점수차(구면수차의 한 종류)를 제거해 왜곡 현상을 대폭 줄인 것입니다. 특히 플라나르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복제되고 있는 렌즈 공법 중 하나입니다.
  칼자이스의 연구진들은 구면수차, 색수차, 회절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도 내놓아 오늘날 광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칼자이스사는 라이카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군소 카메라 회사들을 인수/합병해 자이스 이콘(Zeiss Ikon)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카메라 개발에 나서 1932년 첫 ‘Contax1’를 탄생시킵니다. 이 무렵에는 오늘날 컴팩트카메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계연동식(rangefinder) 카메라가 나옵니다. 위의 ‘콘탁스1’과 ‘라이카2’가 그것들입니다. 거리 측정기가 내장돼 있는데 이 기술은 대포의 측거기를 응용한 것으로 두 이미지를 일치시켜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죠.
  1954년에는 첫 라이카 M시스템 시리즈인 ‘M3’가 나옵니다. 거리계연동식(레인지파인더)인데도 렌즈를 쉽게 교환할 수 있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카메라 였습니다. 오늘날 디카들의 디자인, 인터페이스, 구조는 물론 대부분의 기능들도 일찌감치 이 M3가 정리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3는 50mm, 90mm, 135mm 등 3가지 종류의 렌즈를 바꿔 낄 수 있었으며 각 렌즈의 화각은 뷰파인더 안에 라인을 그려 표시를 해 뒀습니다. M3는 지금도 국내 중고시장에서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대접을 받습니다. 이후 M시스템 시리즈는 현재 M7까지 나와 있으며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흔히 첫 SLR(일안반사식) 카메라는 1950년대 일본 아사히의 펜탁스(Pentax)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칼자이스사는 이미 1930년대부터 ‘거울과 펜타프리즘으로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2차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2월 동독지역 드레스덴에 있던 칼자이즈 공장이 연합국의 폭격을 받습니다. 이후 독일이 분단되면서 칼자이스의 기술자들이 대거 서독으로 탈출해 칼자이스는 서쪽과 동쪽에 각각 같은 이름의 회사로 남게 되지요. 결국 최초의 SLR은 1949년 동독의 칼자이스가 내놓은 ‘콘탁스S’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서독의 칼자이스도 1955년 내장 광역 노출계, 노출계 바늘, 포컬플레인( focal plain)셔터 등 고성능의 SLR ‘Contarex’ 를 내놓습니다.

SLR의 등장 그리고 Nikon과 Canon의 시대

  하지만 이 훌륭한 SLR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1959년 일본에서 니콘의 ‘F’가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성능도 조금 떨어지고 브랜드에 대한 믿음도 덜 했겠지만 가격이 라이카나 콘탁스의 절반 수준이었거든요. 일본의 저가 공세에 독일 광학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하지만 어쨌든 니콘은 카메라 시장에서 SLR이 주류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니콘F는 1974년 단종될 때 까지 100만대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입니다.
  라이츠는 1965년 첫 일안반사식 카메라 ‘Leicaflex’을 내놓고 SLR 시장에 뛰어들고 이후 R시 스템시리즈를 발매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크게 얻지는 못합니다. 렌즈의 품질 하나만큼은 최고라 해도 좋지만 SLR 의 본고장인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편의성 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라이츠는 최근 일본의 마쓰시타와 합작해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칼자이스는 전자식 카메라를 만들던 일본의 ‘야시카’와 합작, 콘탁스 바디를 일본에서 생산하고 렌즈를 독일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콘탁스RTS 시리즈인데, 마니아와 전문가들에게는 찬사를 받았지만 시장의 중심에 서기엔 힘이 부쳤습니다. 이후 콘탁스-야시카는 교세라그룹에 자회사로 인수됐으며 최근엔 교세라의 디카 중 고급 기종들은 콘탁스 이름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회에서 제가 니콘과 캐논이 독일카메라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유는 니콘이나 캐논이 각각 콘탁스와 라이카의 복제품으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처음 만져보던 시절, 니콘과 캐논은 렌즈이 초점링과 조리개 링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돼 있어 이유가 무척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니콘은 왼쪽으로 갈수록 큰 수치가 적혀 있는데 반해 캐논은 반대거든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콘탁스와 라이카의 초점링, 조리개링이 각각 니콘과 캐논의 방향과 같습니다. 정말 제대로 모방을 한 것이죠. 일본인들은 처음엔 모방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원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하지요. 카메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1960년대로 오면서 세계 SLR 시장은 캐논과 니콘으로 재편됩니다. 이후 SLR의 역사는 캐논과 니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경쟁 초기에는 니콘이 한발 앞서 나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카와 콘탁스를 무색하게 만든 ‘F’를 내놓은 뒤 자사 최고 기술력의 정통계보를 잇는 적자(嫡子)들을 F 시리즈로 명명합니다. 71년 F2, 80년 F3, 88년 F4, 96년 F5까지. 내놓는 필름 SLR마다 사진기자들의 필수품으로 사랑을 받습니다. 특히 F4는 셔터다이얼 조리개 링 등 기존의 기계식 카메라 장치에 자동노출 기능 등 전자식 카메라의 편의성이 더해져 당시 사진기자들에게 ‘완벽한 카메라’라는 찬사를 들었죠.
  또 70년대 들어 본격적인 ‘속도전쟁’도 시작됩니다. 모터드라이브라는 자동 와인더가 초당 3~10컷을 찍게 해 주었습니다. 아래에 니콘F2와 캐논F-1의 모더드라이브 장착 모습이 있습니다. 저걸 어떻게 들고 찍었을까 걱정이 됩니다만, 당시 스포츠 경기 사진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필수품이었답니다.
캐논은 니콘보다 대중적인 인기가 더 있었습니다. 제품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니콘=전문가용, 캐논=아마추어용’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캐논이 반격에 나선 것은 80년대 후반. 기계식 카메라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본격적인 완전 전자식 SLR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T시리즈가 그것인데요, 특히 T90 (86년)은 딱딱하게 각진 모습이던 카메라 바디 라인에 바이오디자인(Bio-design) 개념을 처음 적용해 유려한 곡선으로 마무리 합니다. 이탈리아의 산업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가 디자인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T-90은 캐논 EOS 시리즈는 물론 요즘 디카들 겉모습의 원류가 되는 셈입니다. (계속)

  헉헉…. 많은 양을 정리하려니 제 능력이 벅차군요. 다음 회에는 90년대에 들어서 개발된 신 광학기술들과 디지털 카메라들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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